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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롤렉스 시곗줄' 분광기에 넣었다… 정품입니다
작성일 2024-11-12 09:48:37.0 조회수 84

 

 

'롤렉스 시곗줄' 분광기에 넣었다… 정품입니다

서울 성수동에 있는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의 중고 명품 전문 검수 센터에 들어서자 연구소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하얀 가운을 걸친 전문 검수사 8명은 실험용 플라스크를 만지듯 조심스레 시계·가방·의류 제품들을 살피고 있었다. 작은 현미경이 장착된 안경을 낀 한 검수사는 롤렉스의 명품 시계 ‘서브마리너 콤비’를 보고 있었다. 중고 가격만 1500만~1700만원에 이른다. 정품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부품을 값싼 사제품으로 교체한 것을 걸러내기 위한 것이다. 부품·기능 점검 후 박스 형태의 금속 성분 분석기에 시곗줄을 넣었다. 화면에 ‘Mo’라는 작은 글자가 떴다. 검수사는 “크롬 합금 소재이기 때문에 몰리브덴강(Mo)과 금(金) 성분이 추출돼야 하는데, 분석 결과를 보니 정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고 명품 시장이 커지면서, 가짜 명품 거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브랜드 매장에서 구매하지 않다 보니 제품 보증을 받기 어렵고, 제조사가 주는 정품 인증서가 없어진 경우도 많다. 가짜 명품 거래가 늘면 중고 명품 거래 시장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플랫폼들이 전문가와 첨단 장비를 투입해 ‘가짜 명품’과 전쟁을 벌이는 이유다. 김재군 번개장터 검수팀장은 “가짜 명품도 워낙 정교하기 때문에 육안으로만 가려내기 어려워 전문 연구원들이 성분 분석용 분광기 장비까지 동원해 소재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제조사마저 속는 수퍼 페이크

가짜 명품은 이제 제조사마저 속일 정도로 정교하다. 지난해 스위스의 명품 시계 브랜드 ‘오메가’가 발칵 뒤집혔던 사건이 대표적이다. 자사 박물관 전시를 위해 2021년 세계 3대 경매사로 꼽히는 필립스 옥션에서 약 50억원에 낙찰받은 1958년형 시계 모델 ‘스피드마스터’가 뒤늦게 가짜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시계는 다른 오메가 시계 부품을 조합해 만든 것이었다.

과거에는 전문가들이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면 박음질 패턴이나 로고·각인 마감 처리, 소재 질감 등을 통해 쉽게 가품 감별이 가능했다. 하지만 요즘은 전문가들도 육안이나 촉감으로 검수가 안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정밀 제조해주는 컴퓨터 수치 제어(CNC) 공작기계나 3차원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mm 단위로 정밀하게 가품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한 명품 검수사는 “제품 설계도만 손에 넣으면, 사실상 명품 업체와 같은 공법으로 가짜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명품 브랜드의 하도급 업체였던 곳이 계약 종료 후 가품을 생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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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현기자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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